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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부모에게 얼마나 돈을 쓰고 있나

행복은 관계의 빈도라는 글에 격하게 공감한 바, 엄마와 함께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왠지 오늘 하루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어두운 집에서 힘들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문화센터 수업의 마지막 종강을 빠지기로 결정을 하였다.

종강 수업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의 하루를 엄마와 보내는 것이 더 행복하고 뜻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엄마는 홍천에서 춘천으로,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항상 춘천의 영화관.

친구의 결혼식을 본 후 만난 엄마의 모습이 내 생각보다 더 수척하고 아줌마 같다고 할까...

예전의 그 미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좀 가슴이 먹먹.

 

막상 내가 보기로 했던 영화는 친구 아줌마와 봤단다. 오늘 엄머의 목표는 나라 영화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쇼핑이 목적이었다. 틈만 나면 가게를 들르자고 했고 마음에 드는 말만 띄우면 바로 카드를 긁으려했다.

엄마는 내가 겨울 코트 하나 없는 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코트 하나를 꼭 사자는 말에 난 계절이 지났다고 말리며

대신 바지를 골랐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 코트 값으로 뱃살을 빼겠다고 운동복을 골랐다. 잘못된 선택 같았으나 뭐 결과가 말해주겠지.

이제 2월달부터 죽어라 뛰겠다.

 

저녁은 피자가 어떻겠냐는 말에 엄마도 혹했다. 그래서 간 곳 미스터피자. 셀러드를 계속 권하자 엄마도 계속 접시를

옮겼다. 꾀 만족했다. 지금 이 순간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 드렸다. 그리고 저녁만은 내가 계산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주면 사람들에게 술 한잔, 커피를 단체로 사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왜 내 부모에게 돈 쓰는 것은 인색해했는지 나 자신 또한 놀랐다.

할머니를 보니 과연 자식은 부모를 기다리지 않다고 했는가. 이제 우리 부모는 할머니께 효도조차 할 수 없다. 인식을

할 수 없으니까.

내 부모도 이제 곧 그런 시간이 오겠지. 가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제약이 오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난 얼마나 지금

받은 것을 베풀 수 있을까.

 

올 봄에는 반드시 경복궁 나들이를 계획해 본다.

그리고 부모에게 돈 쓰는 그런 패균은 절대 저지르지 않겠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돈을 돌려줘야 할 사람은 내 부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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