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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매블3] 겸사겸사 들렀어 - 하늘 맞닿은 에콰도르(키토, 과야킬)

* 출장은 일이지 여행이다 아니다. "비행기는 나를 옮겨주고, 나는 일만하면 되는 거 아닌가" 했을 때 동료들은 기겁한다. 기왕지사 이국의 출장길에 관광과 음식 먹을 생각은 머리에 1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사람이 아니던가. 그간 뜻하지 않게 해외 출장지에서 겪었던 나누고 싶은 경험과 소회,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남기고 싶은 기록을 여기 적는다.

 에콰도르, '적도'라는 뜻에 맞게 정말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는 선에 걸쳐 있었다. 방문할 곳은 수도인 키토와 과야킬이란 곳이었는데, 정작 검색을 하면서 내가 가장 눈여겨 본 단어는 '총기 휴대가능 국가'라는 것이었다. 가정을 해 보면 그런 것이었다. 저녁에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의 특성상 항상 외곽에 위치하여 부득이 택시를 타고 도심의 호텔로 이동한다. 갑자기 택시가 어두운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가고, 총을 들이대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러면 있는 거를 다 건네주고 끝나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다행히도 아무일 없었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래서 더 흥분되기도 했다. 삶의 첫 남미 방문이었다.

 

 에콰도르는 미국의 공항을 두 번 거친 뒤, 현지 저녁 시간에 키도에 도착하는 방법이 있고, 미국을 한 번 거쳐 과야킬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있다. 남미의 명성에 걸맞게 4박 7일의 일정상, 키토를 먼저 목표로 잡았다. 1차 경유지는 델러스 공항으로 기억을 하는데, 이 때부터 시차가 12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2차 미국 공항을 거쳐 겨우 저녁에 키토에 도착을 하였는데, 생각외로 느낌이 좋았다. 왜냐면, 에콰도르 고도는 백두산보다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고산병을 우습게 볼 수 없는게, 이곳에 일하는 한국인 공무원들은 고지대 휴가란 게 있어서 일정 기간 저지대에 갔다 올 수 있는 휴가가 주어진다. 내 몸은 고산병을 느끼기 전에 시차 적응부터 해야해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혹시나 혈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약을 챙겨가는 게 좋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출장 업무를 시작하면서 느낀 키토의 풍경은, 마치 강원도 대관령이 주는 풍경과 같았다.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도심에서 살짝외곽으로 조금만 빠지면 산등성이 마다 빼곡하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포옹하고, 고개를 번갈아 돌리면 볼에 입술을 맞추는 척 하였다. 이러한 인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지만 나에게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남자끼리 하는 건 못 봤다.) 아쉬울 수밖에. 또한 여성 우대가 기본 예절이다. 식사를 하러가면 일단 여성이 먼저 좋은 자리에 앉도록 배려한다.

 

 키토에는 종교적 건물이 많고, 특히나 구시가지와 독립 광장이 유명하다. 특히, 구시가지의 산꼭대기에는 구원의 성모상이 있고, 여기서는 키토 시가지의 전 풍경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 출발점부터 구원의 성모상까지는 절대 자동차를 탈 수 없다. 걸어야 하지만, 난 택시기사와 말이 안 통해서, 택시가 구원의 성모상까지 데려다주고 내려 와 주었다. 얼마나 높았으면 그곳까지 걸어 올라온 관광객은 없었다. 그래서 난 정말 여유롭게 구원의 성모상 옆에서 기념 촬영은 물론 시가지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과야킬은 키토와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이곳은 에콰도르의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로서 기후부터가 후텁지근하다. 해안가를 띠라 공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남자 둘이 악수를 하는 동상을 볼 수있다. 이곳에서 중남미 전쟁사에 가장 중요한 휴전 협상이 진행되었다고 했었다. 국내의 유명한 중남미 전문가분이 설명을 해 주셨는데, 그 천금같은 내용들이 지금엔 기억에 없다.(이럴수가) 원래는 해변가 언덕의  빈민가이지만 저녁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라스 페냐스도 유명하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이구아나들을 질리도록 구경할 수 있었는데, 호텔 앞 공원에 이구아나 공원이 있다. 바야흐로 그곳은 사람반, 이구아나반이다. 

 

  일정을 끝내고 귀국까지 여유가 있어 찾은 곳은, 키토의 텔레페리코 전망대였다. 택시 기사한테 사진을 보여줘서 도착한 곳은 산꼭대기의 문 닫은 놀이공원이었다. 사기를 당했나 싶었는데, 그 기사가 놀이공원 사람이랑 뭐랑뭐랑 하니 더 꼭대기로 올라갔다. 차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케이블카가 나왔고, 그걸타고 올라가면 목적지였다.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곳의 고도는 4,100m 란다. 이 높디 높은 곳에 전 세계인이 5명 있었는데, 아시아계는 나와 일행, 아메리카계 2명(이들은 프로포즈 중인 거 같았다) 유럽계 1명이 전부였다. 이런 하늘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감사하며, 뜻밖의 여정에 소중한 선물을 얻었었다. 여행의 묘미보다는 출장의 묘미였다. 그리고 대미의 출장 장식은 한국 음식점을 찾아 참고 참았던 김치찌개 한 그릇으로 에콰도르 방문을 마무리하였다.

 

 * 이 외 진짜 적도를 체험할 수 있는 적도박물관, 갈라파고스섬 등등이 유명한 여행지다. 갈라파고스섬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나이 든 거북이는 우연히 과야킬의 한 연구소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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