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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매블4]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작가

 다른 이유는 없다. (메모하는 법이 아닌) 기록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였다. 줄선이 몇 개가 그어진 그 아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 제목도 너무 좋았다. 매일을 글 쓰며 살기로 갈망만했던 나에게 좋은 자극을 줄 것 같아 망설임없이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였다. 책은 생각보다 아담했으며, 특히나 경어체로 쓰여서 작가님이 나에게 조근조근 말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이 책에서는 기록하는 방법을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작가님이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지까지 사진 예시로 담고 있었다.

 

 첫번째 기록하는 방법은 일기 쓰기다.  "어쩌먼 일기야말로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부치는 엽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나는 이런 일로 웃었고, 이런 것을 먹었고, 이런 사람을 만나 이런 길을 걸었다고 미래의 나에게 알려주는 일입니다. 오늘의 내가 무사히 하루를 살아냈으니, 미래의 나도 부디 괜찮기를 바란다고 안부를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맞다. 대학교 때 일기에 대해 과 친구와 의견이 일치를 한 게, 일기를 쓰는 자신도, 결국 그 일기에 대한 또 다른 독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5년간 같은 날에 일기를 쓸 수 있는 'one line a day'라는 다이어리를 추천해 주었다. 회사 생활만 반복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감정 일기 또는 마음 일기를 쓰는 걸 추천해 주었다.

 

 두번째는 순간을 수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장소라도 매일 사진으로 기록을 하는 방법이다. 하루하루는 그 차이가 잘 안보이겠지만 사계절이 지났을 때 나만의 공간에 대한 오롯한 변화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사진 기록은 인스타그램을 추천해 주었는데, 비공개 계정으로 자신만의 사진을 올리라고 추천해 주었다. 이 밖에도 문장 수집하기, 사람들과의 대화를 수집하기 등 다양한 순간을 수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특히, 내가 가슴에 와 닿았던 수집은 공간 수집이었다. 20대 이후로 2년마다 사는 터가 바뀌게 되었다. 이사를 위해 짐을 모두 뺀 텅 빈 자취방을 보면서 억세게 잘도 살았다는 의미로 사진을 꼭 남겼었다. 이제 그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고자 한다.

 

 세번째, 영감을 모으라 하였다. 글쓰기 소제가 되는 문장들을 모으고, 좋은 말들을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다. 앞장에서 말했던 문장 수집하기와 반복되는 것 같았는데, 그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풀었다. 대학교 발표 주제로도 항상 좋아했던 김연수 작가의 말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문장들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기록하는 문장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거예요"라 했단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사용하는 앱도 마침 에버노트와 노션이었다. 쓰기 위해 읽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 미래의 나를 위해 매일 문장 또는 단어 수집에 애쓰겠다.

 

 마지막은 사랑을 남기는 것이었다. 사랑하고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라 하였다. 이 중 내가 생각은 하였지만 가장 어렵게  생각해서 포기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가족을 인터뷰하여 기록하는 것이었다. "가족은 너무 가까워서(어쩌면 그렇다고 믿기 때문에) 묻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내 나이 때는 어떻게 살기를 꿈꾸었는지, 무엇이 가장 서러운 기억으로 가슴속에 맺혔는지. .. (생략)" 나도 가금 아빠와 엄마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고, 나를 키우면서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는 뭐였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가 참 애매했다. 이 책에서 용기를 얻어 이미 늦었지만 더는 늦지 않도록 가족의 기록을 꼭 하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기록은 바로 나를 위해 하는 일이다. 말로만 말고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총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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