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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노랑 머리

 노랑 머리

 

 가급적 미용실 원장님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지난 번 첫번째 염색 때보다 색깔이 짙은 것 같은데요.'라는 물음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지난 번에는 숱이 많은 상태에서 염색을 했지만, 지금은 짧은 머리카락에 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것이라 하였다. 직업병으로 비춰 보건 대 논리적이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은근 슬쩍 눈썹도 같은 색으로 해 보라고 권유하여 그렇게 해달라고 하였다. 생애 두 번째 염색은 확실히 노랑이 확연하였다. 반항아가 된 기분이었다.

 

 생애 첫 염색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흰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흰 머리카락이 듬숭듬숭 보이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였다.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흰 머리카락 몇 개 보인다고 누가 봐 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 직장 동료가 왜 이렇게 흰 머리카락이 많냐고 핀잔을 주었다. 원래 직설적인 성격이셨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거기에 다른 동료가 이제는 스타일을 좀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고민 끝에 일단은 머리를 좀 기르는 쪽으로 하면서 염색을 하기로 결정했다. 생애 첫 염색을 결정하자 단골 미용실 원장님은 잘한 선택이라고 좋아하셨다. 소심하게 한 듯 만 듯 한 색깔로 부탁을 하였다.

 

 첫 염색 때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알아 차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 햇빛에 머리카락이 비추자 주변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차장님께서는 기왕지사 좀 진한 색으로 하지 그랬냐며 아쉬워하셨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염색을 안 좋게 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의 성격상 옷차림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유사 기관들처럼 단정한 정장 스타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직하신 분들이 직장 옷차림에 대해 많이 놀라하신다. 그러나 염색은 별도의 이야기라 생각되었다. 여자 사원들은 염색을 종종 하곤 하였지만 남자 직원중에서 염색을 한 사람은 없었다. 구분이 안 가는 정도로만 염색을 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확연하게 염색을 한 것을 알아차릴 수준이었다. 그것도 노랑이라니. 청소년시절 염색은 소위 노는 애들의 전유물이었고 반항의 이미지가 강했다. 딱히 대학교때도 하지 않았던 염색을 서른이 넘은 보수적인 회사에서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검정으로 다시 해야하나 고민도 들었지만 이대로 회사에 가기로 했다. 그 반항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근래에 회사에 좀 반항 좀 하고 싶어졌다. 밉보여 좋을 것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회사 규정에 염색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출근 하자마자 이사장님과 총장님 보고가 있는데 은근 기다려진다. 머리카락 색대로 과감하고 결단있게 일을 해 나가고 싶은 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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