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4 .... ?/?
22년 3월 1일을 맞이하며 든 생각은 올해의 1/6이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버텼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대대적인 직제개편으로 맡은 일이 이상하게 꼬였고, 올해는 그저 꾹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여기서 3월까지만 또 버틴다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떠들썩하게 시작된 2022년도 1/4이 지나간다.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런데, 마냥 시간이 지나간다고 좋아할 일일까. 이 시점에 꼭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연초에 세운 2022년 새해 목표를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2021년을 반성하여 올해는 목표수도 많이 줄였는데, 어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거의 안 보인다. 특히, 매년 양적 성장을 의식했던 독서 목표는 주간 또는 월간 몇 권을 읽겠다는 다짐을 접었다. 대신에 월별로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적어서 부담감은 줄이고 성취감을 높이려 했으나 벌써부터 읽을 책이 밀렸다. 과연 19살 영화 스타트랙에 나온 대사 하나에 이끌려 샀던 백경은, 구입 20년 기념으로 완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자는 '킬링 타임'이란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의 소중함마저 저버리는 말이라 했다. 흔히 '순삭'이라는 의미로 보자면, 킬링 타임은 재미있는 콘텐츠나 몰입의 최신어라 볼 수 있다. 다만, 요즘은 너무 시간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문제는 분명 있어서 공감도 된다. 나 또한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압박에 할 수 없이 유튜브나 웹툰만 보고 있다. 뭔가를 하려다 뭐하는 짓인지 모를 일들을 하면서 허하게 시간을 채우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인상 깊은 한 구절이 있다. 이리저리 시간을 돌려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라 주인공이 말했다. 하루하루를 잘 채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동기 부여 영상, 습관 만들기 책,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명사들의 말들을 아무리 들어도, 사람이 바뀌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섬뜩하다. 이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채워가다가, 어느 덧 내 인생의 분자와 분모가 1이 되는 시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피할 수 없는 결론에, 어떠한 과정을 만들지를 봄바람 소리와 함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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