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홍천의 폭염과 아버지

홍천의 폭염과 아버지


부장님이 잠깐 나를 부르더니, 홍천이 지금 전국에서 가장 덥다고 말씀하셨다. 속보란다. 그것도 기상 관측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며 부모님께 연락이라도 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웃으셨다. 홍천이 하루 이틀 더웠나 싶어서 가볍게 연락이나 드려보겠다고 했다. 엄니께 연락을 하니 바로 확인은 안 되었다. 뭐, 일하는 중이시겠지 싶었다.


순간 아빠 생각이 났다. 이 불볕더위에 밖에서 농사일을 거들고 있을 우리 아빠. 지난 번, 이제는 하우스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한결 나아졌다고 기뻐했던 우리 아빠는 이 아프리카와 같은 더위에서 잘 계실까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나는 몇년간 재단에서 일을 하면서, 그 알량한 사무직이란 이름으로 더위를 잘 느낄 수 없었다. 에어컨 바람에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홍천의 폭염에, 이 무더운 나날에 울아빠를 잊고 있었던 게 부끄러웠다. 아빠가 힘든 농사일을 거드는 것에, 과거의 과오가 있으니 열심히 할 때라며 동생과 놀렸건만, 자식들 장성하고 엄니와 단둘이 살게된 이때에 이제는 그 힘든 일 쉬엄히 하셨으면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