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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주민번호 알려주기

친구와 후배에게 각각 주민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후배(은행원)

간만에,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온 후배다. 스터디를 잠시 했다. 은행원이 되었다. 얼마 전 카톡으로 한 번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그래서 만나기로 했었다.

만나기 이틀 전 카카오톡으로 ISA 만능통장 개설에 실적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주민번호만 일단 알려주면 자기 돈으로 입금을 해 놓을테니 부탁한다고 하였다. 거절하였다. 전화로 설명만 해줬어도 생각을 해 봤겠지만 그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른 스티디원이랑 함께 만나자는 말고 모임을 미루었다. 만남의 약속이 있던 날 약속이 깨졌다.

 

친구(존나 친했던 옛 친구)

우수 고객관리를 위해 주민번호를 요구했다.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며 정보보호는 반드시 지킨다고 약속했다. 은행원 후배 상황을 슬쩍 이야기하며 너 전번 주면 내 전번 주겠다고 했다. 없던 일로 하자 했다. 그러나 좀 지나 어떻게 통장개설과 고객관리가 같은 것이냐며 주민번호를 다시 부탁했다.

말을 안 해주니 몇 시간 뒤 다시 연락이 와서 번호만 보냈다.

 

대학교 시절로 기억한다. 당시 절친에게 전번을 달라는 요구가 와서 바로 주었다. 다른 친한 친구들도 기꺼이 전번을 주었다. 어디에 쓰이는지는 몰랐다.그러나 한 친구가 말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전번은 쉽게 주는 게 아니라고. 맞는 말이었다.내 전번이 잘못되어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돌아왔을 때 그것은 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였다.

 

지금은 돈도 벌로 이런 저런 일들로 사회가 흉흉하여 개인정보에 민감한 때다. 위 두 사람의 요청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변화된 시대의 때문인가 아니면 나도 이제는 무엇인가 움켜쥘 것이 생겨서인가.

그리고 나를 화나게 했던 것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전화를 할 것이니 그저 메시지만 보내는 요즘 세태. 아 놔 열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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