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술값 내기와 부자인 척하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시인, 소설가들이 술을 마시면 서로 내려고 안달을 낸다. 몇 푼 벌지도 못한느 처지에 말이다. 인심은 가난한 자들이 더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상대의 가난을 잘 알고 그것을 마음에 걸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술 마시면 이런 말 꼭 나온다. '니가 뭔 돈이 있다고' "

 

 


 

이를테면 지리산에 사는 박남준 시인은 전 재산이 이백만원이다. 그것을 관값(자기가 죽으면 돈 써야 할 돈)이라고 부르고 그 액수가 넘어가면 겁이 나서 이곳저곳에 기부를 한다. 그런 가난뱅이 주제에 원고료 몇 푼 생기면 얼른 쫓아가 술값을 내곤 한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곳에서 한잔 더 하거나 집에 딸기를 사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가 보기에 부자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기회만되면 자신에게 돈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둘째는 그 돈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자랑 연애를 해보고 싶어 하는 이에게 나는 이렇게 충고한다. '부자랑 연애하지 말고 부자인 척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라')

 

한창훈의 산다이 중에서, 한겨레 1101호

 

 

 

 

연애를 하기 위해서라도, 졸부로 살지 말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