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탕을 먹다
어느 음식 프로그램에서였다. 일본 음식 탐방단이 유명한 음식점에 갔고, 요리사는 아주 귀한다는 음식 하나를 내왔다. '이것은 무엇인고'하는 당연한 반응이 이어졌고, 일본인의 말을 통역사가 전달해 주었을 때 음식 탐방단은 물론이고 그걸 보던 스튜디어는 비명으로 초토화가 되었다. 염소 고환이었다. 소리 지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그 일본 음식 탐방단의 태도였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비명을 지르고, 죽어도 먹지 않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작 그 음식을 만들어 온 요리사의 기분은 생각해 봤던가. 그것도 일본의 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은 생각해 본 뒤 행동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생각을 직접 실천할 기회가 있었으니 그것이 자라탕이었다(9월 16일) 껀터 대학교에서 방문을 하였는데 부총장님께서 직접 학교 관저로 초대를 해 주셨다. 총리가 식사를 했던 곳이란다.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하기사 베트남의 음식이 맛 없던 게 무엇이 있었는가. 마지막 음식의 대미는 자라탕이었다. 족발과 같이 보이는 것이 자라를 썰은 것으로서, 약 3Kg를 잡은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곧 끓일 수 있는 탕이 나나왔다. 바나나를 면으로 만든 것과 소면이 함께 나왔다.
일행의 절반은 여자였다. 일순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베트남인들은 이해를 한다는 표정이었다. 같이 간 한국인 남자가 탕에 넣기 전에 자라 고기 하나를 먹었다. 나도 따라 먹었다. 닭고기 맛이었지만 질기지는 않았다. 나머지를 모두 국에 넣은 뒤 끓였다. 잘 익어진 자라고기는 역시 닭고기 맛이었다. 그렇게 3~4차례 먹었다. 다행히도 같이 간 여성 일행들도 한 점 씩은 하였다. 먹다가 부총장께 물어봤다. 베트남인들도 자라탕을 잘 먹냐고. 잘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건강식이라 하였다. 예의 껏 자라탕을 비웠다.
언행일치와 지행일치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도 이들의 문화인데 그것을 조금은 존중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의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자신들은 말고기를 먹으면서 말이다. 칭기즈칸이 알았다면 좋은 소리 했을까. 그들의 음식인건 옷이건 문화가 베어있다. 그것을 알려고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출발선이 혐오인 것은 문제점이 있다. 다시 자라탕을 먹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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