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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세종학당의 표준, 호찌민 세종학당입니다.

비자가 덜컥 나왔다.

 비자가 덜컥 나왔다.

 

 주한베트남대사관 비자 담당자가 말했다. 금일 비자가 나올 수 있는데 3시간 더 기다렸다가 받아 가겠냐고. 기다리겠으니 빨리 나오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내심 이건 아닌데 싶었다. 빨리 비자를 받을 수록 바로 베트남 출장을 가야하는 것이 당연지사였기 때문이었다.

 

 북촌 마을을 가로질러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도착한 시간이 1시간 30분. 14년 서울에 올라왔을 때, 시간을 내어 북촌을 와본 기억이 났다. 당연히 혼자 왔었고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걸었던 옛시간이 떠올랐다. 그곳에 주한베트남대사관이 있었고 난생처음 비자발급을 위해 올 줄을 어찌 알았을까. 굳게 닫힌 문이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답변이 없었다. 그리고 안내문의 시간표는 비자 신청은 오전에만 된다고 하였다.

 

 이상하다 싶어 회사에 전화를 할까 하다가 함께 출국을 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곧 대사관 철문 앞에서 만났다. 둘이 머리를 쥐어 짜봐도 이곳이 맞고, 오후 2시에 신청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베트남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출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혹시 여기 일하시는 분이냐 물으니 점심시간이니 2시 30분에 오라고 하였다.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데, 함께 갈 사람의 휴대폰으로 비자 대행업체 부장님이 전화를 했다. 오전 발급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비자 발급이 진행 중이냐 물었다고 하였다. 결국 그 회사의 잘못된 안내를 받고 우리가 오후에 온 것이었다.

 

 이후는 좀 살벌했다. 난 그 부장님께 일처리를 이렇게 하면 어떻하냐, 강원도에서 왔다, 오늘도 신청 못 하면 또 늦게 출국하는 거 아니냐를 따졌다. 실수였으니 이해한다는 말을 했고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전화가 다시 왔는데 그 부장님이 아예 대사관에 와있고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으니 어서 오라는 연락을 하였다. 대뜸 대사관으로 가서 비자 신청을 하였다. 우리의 추천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비자발급 담당자는 시니컬한 목소리로 서류를 확인했고, 결국 오늘 받아 갈 것이냐는 말을 하였다. 머뭇했지만 가장 비싼 비용으로 신청을 했다. 회사에 보고하니 담당 과장님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비자가 찍힌 여권을 확인하니 이제야 비로소 호찌민으로 가는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근 2달 동안 언제가는지 마음만 졸였는데 이렇게 비자가 나오고 대기 상태에 들어갈 줄 알았겠는가. 이제 비행기 티켓만 받으면 정말 간다. 그 날짜야 부장님 마음이겠지만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호찌민을 부탁한다는 부장님 메시지를 받았다. 온 마음과 힘을 다하겠다고 답변드렸다. 이제부터는 정말 꼼꼼이 짐을 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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