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테의 법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 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고 한다.
나에게 중요한 말이다. 취준생 시절이었다. 취업 스터디에서 하고 있는 일, 발표를 했던 주요 주제와 답변, 스터디원들에게 해줬다는 피드백을 아는 선배에게 말했다. 미주알고주알 신나서 떠드는 나를 보더니 선배가 말했다. 회사란 곳은 어차피 모두다 함께 하는 곳이라 생각되는데, 넌 그것에는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특히, 스터디 발표시에 그 분위기를 휘어잡으려 하지 말고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찾는 건 어떠냐고 하였다. 속으로 '옴마뱌'를 외쳤다.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는 형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전문가의 취업 관련 조언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직장 내 메신저의 대화명이 '유하게'였다.
근래 회사 동료와 싸웠다. 결론은 자신의 사업 발표회에서 내 질문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를 찾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나만 그 질문을 한 것도 아니고, 질문의 내용도 분명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하였다. 부장님이 계시건 뭐건 간만에 대판 싸웠다. 결론이 대체 뭐냐, 내가 무슨 잘못을 하였고, 그 잘못으로 어떤 나쁜 결과가 났는지 말해보라는 소리에 그 직원은 조용히 자리에 돌아갔다. 기분 좋을리가 없었다. 예전의 내 모습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컴퓨터 화면 메모지에 'speechless'라 적었다. 이 단어를 보며 얀테의 법을 수시로 떠올리려 한다. 다시 유해지고 싶다. 남과 함께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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