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러시아어 배우기-전편
해외봉사활동을 2년 동안 갔다 왔다고 하면, 군대 갔다 온 것이 아닌가 되묻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즉, 코이카 봉사단원은 무조건 해외에서 2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1일이라도 포기를 하면 중도귀국자다. 참고로 코이카는 대한민국 통합 해외봉사단 브랜드다. 해외봉사의 분야는 간호, 컴퓨터, 농업, 미용, 도시개발, 태권도 그리고 내가 선택한 한국어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선발은 2달에 한 번 정도 있기 때문에 기회는 많다. 다만 내가 합격을 하였을 때 한국어교육은 경쟁률이 5:1로 가장 높았다. 봉사단원 면접에 합격하게 되면 약 1달이 넘는 기간에 국내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각자의 국가로 파견을 하게 된다. 파견 후, 단원들은 대략 2달 정도의 현지적응교육을 받는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지적응교육의 가장 큰 축은 현지어 교육과 현지인 집에서 기거하며 그들의 문화를 엿보는 OJT다.
현지어 교육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주로 수도에 활동하게 되는 봉사단원은 그 나라의 식민지 지배당시의 언어를 배운다. 지방 파견교원은 그 나라 모국어를 배운다. 한국의 국내 훈련소에서는 파견지를 구체적으로 모른다. 그래서 국가별로 모두 식민지어를 가르친다. 중요한 점은 막상 현지에 와서 식민지어가 아닌 그 나라 모국어를 배우게 되면 일부 단원들은 매우 실망을 한다. 난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활동을 배정받아 러시아어를 게속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를 배우다가 우즈벡어를 배우게 된 단원 중 1명은 이를 매우 섭섭히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러시아어는 한국 가서 써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우즈벡어는 당최 한국에서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낙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어쨌든, 러시아어를 배우는 시간은 고역 이상의 자괴감을 주었다. 국내 교육원에서 러시아어를 처음 배웠을 때, 언어감각이 이렇게 없는 사람인 줄 처음 알았다.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동료 단원들 중 내가 꼭 꼴찌인 것 같았다. 심지어 한국어교사가 아닌가. 선생님이 이렇게 언어를 못해서야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정말 말이 안 되었다. 단순 회화 중심의 수업이었다.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고, 짝을 지어 회화연습을 하는 것인데 흥미가 없었다. 예를 들어 시장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다른 봉사단원들은 시장에 가면 무엇을 살 수 있는지, 무엇이 유명한지, 가격은 얼마인지, 좋아하는 과일은 어떻게 말하고 쓰는지 끊임없이 물어봤다. 그리고 깔깔거리며 쓰고 읽기를 무한대로 하였다. 반면 난 그런 것에 별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언어가 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얼마나 언어에 스트레스가 심했냐면, 난 마지막 언어테스트 직전에 혼자 복도에 쭈그려 앉아서 우울함을 블로그에 적었을 정도다.(지금도 찾으면 나온다)
내가 러시아어를 배우면서 잘한 게 있다면, 귀국 전까지 꾸준히 러시아어 과외를 하였다. 약 2시간에 우리 나라 돈 6천원을 줬으니 싼 가격에 러시아어를 접한 셈이다. 내가 러시아를 배우면서 지금도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귀국 전까지 러시아어를 열심히 안 한 것이다. 2달의 현지적응훈련 당시, 우즈베키스탄 세계경제외교대 기숙사에 머물면서 현지 교수 2명에게 러시아어를 배웠다. 이 기간이 끝난 다음, 러시아어를 가장 잘했던 단원 2명은, 우리를 가르쳤던 교수 1명에게 과외를 계속하기로 했다. 함께 하자고 했지만, 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왔다. 대신 활동 기관의 조교 선생님 '사이다'씨에게 러시아어 과외를 제안했다.(자신의 이름 반대말이 '콜라'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일주일에 2시간씩 3일을 받았다. 남들이 보면 성실히 러시아어를 배운 것 같이 보인다. 실사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주 빼먹었다. 결혼 후 출산일이 다가와 1년만에 과외를 접고, 기존 러시아어 에이스 단원 2명과 함께 러시아어 과외를 1년 받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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