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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 우즈벡(Oh! z Bek)/난 빨따리로 가련다

아아, 밭 가는 김태희는 갔습니다

 아아, 밭 가는 김태희는 갔습니다

 

 이쯤에서 많은 이들은 참을성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이놈이 언제 우즈베키스탄의 '밭 가는 김태희' 존재 여부를 확인 시켜 줄지, 타는 목마름을 느낄 것이다. 진정들 하시라. 이제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릴테니! '우즈베키스탄' 하면 우리의 머리 속에는 자동 검색어로서 '장모님의 나라'와 '밭 가는 김태희'가 생성된다. 그리고 그 존재 여부 및 신성한 간증을 기대한다. 그 결과를 '광고 뒤에 공개한다' 농담치면 이제 혼날 것 같아 말씀드린다. 밭 가는 김태희, 없다는 것이다.

 

 '정말'이라 묻는다면 정답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하고 싶다. '증거'를 대라하시면, 이 답변을 위해 자타가 공인하는 우즈베키스탄 최고의 한국인 지역전문가*와 토론을 거쳐 나온 것이라 말씀드린다.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 하신다면 저 또한 죄송하다고 하고 싶다. '너가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 절규하신다면 제 이상형이 '소이현' 정도라고 갈음하겠다. '무책임한 발언이니 사과하라, 내 기대는 어떻하냐' 하신다면, 직접 우즈베키스탄으로 가 보시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겠다. 이러한 대답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몇몇 경험담을 전해드린다.

 

 운이 좋게도 현지적응훈련 기간 동안에 세계경제외교대학의 4월 축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4월의 여왕이었다. 남자단원이건 여자단원이건 전설로 여겨지던 밭 가는 김태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세계경제외교대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고위급 자재들이 다니는 명망 있는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4월의 여왕이라면 당연히 밭 가는 김태희 클래스가 아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금, 은, 동으로 선발된 여자들이 상당한 미인은 맞았지만 밭 가는 김태희 정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저 정도의 외모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자로서 만난 여학생들 대부분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긴 하였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현지 도착 두 달만에 밭 가는 김태희의 환상은 깨졌다. 외국인으로서의 차이에서오는 신비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둔갑을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얀 피부와 금발 미녀에 대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환상이 일종의 편견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인터넷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치면(하긴 치기도 전에 김태희가 자동 단어로 완성되지만) 몇몇 현지인 여자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우린 이 사진 한 두장을 보고 우즈베키스탄 전체를 판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편견이 민주주의 국가의 탈을 쓴 독재국가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본질을 볼 수 없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저 국제결혼을 위해 미인을 얻을 수 있는 국가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물론 결혼 당사자들에게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겠다.)

 

 우즈베키스탄에 직접 가 확인하라는 말이 아니다. 편협한 일부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사족으로, 편견을 넘어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 직접 경험을 비롯한 독서, 토론, 여행, 경청의 노력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살아오는 동안 편견을 넘어섰을 때 난 지금의 지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들이 하는 말이 아닌 직접 내가 겪어 판단한 결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한용운의 시가 떠오른다. 아아, 밭 가는 김태희는 갔습니다.

 

 

*그런데.. 저 한국인 지역전문가가 말이여... 그 김태희는 이미 한국 남자가 결혼했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로 넘어 갔뎌....(곡성 천우희 f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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