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단상
어쩌다 이제는 출근을 위해, 업무를 위해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게 되었다. 출발 전부터 몇몇 서울행 단상이 떠오른다.
1. 우유 속에 모카치노
취업을 준비하던 2012에는 1,200원으로 기억하는 데 지금은 1,500원이다. 하기사 그 때는 현금으로 계산하고 지금은 카드로 '찍' 계산하니 물가감이 없어 그냥 그대로 먹는다. 어쩌다 찾아온 면접이 있어 서울로 가는 버스(또는 기타)를 타기 전, 항상 이 우유 속에 모카치노를 먹었다. 그것은 의식이었다. 한 번 잘해 보자고. 가끔 회사 야근을 하기 전에 편의점에 찾아 이 음료를 산다. 그 시절을 잊지 말자고 하는 마음에서다.
2. 음악
약 1시간 정도의 서울행 거리는 애매한 시간이기도 하다. 잠을 자기에는 짧고, 글을 읽자니 집중하기 힘든 시간이다. 잠을 자건, 가만히 있건 음악은 꼭 들었다. 취업 막바지 시기였던 가을 시즌에는 주로 가을과 관련되었던 노래를 들었다. 버스 밖 풍경 또한 가을이 익어 갔고 겨울의 황량함이 묻어 있던 시기로 기억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들었던 가을과 관련된 노래는 그렇게 내 현실을 더 숙연하게 해 주었다. 아! 그 때 버스커버스커의 가을 관련 노래들 중 "조금만 더 잘할 걸 그랬어'란 가사도 잊을 수 없다. 항상 면접 끝나고 이 가사를 취업 동아리원들에게 장난스럽게 보냈었다.
3. 면접 준비
지금, 이 버스의 바로 옆에 화장을 곱게 한 여자 2명이 탔다. 서로의 머리에 핀을 꽂아 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폰을 빼고 슬쩍 들어보니 취업 면접을 보러 가는 것 같다. 손에 들린 이력서에 얼핏 '객실 승무원'이란 부분이 보인다. 객실 승무원이라.. 항공승무원은 아닌 거 같고 크루즈 업체에 지원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류를 넘길 때마다 토익 성적표, 제2외국어 성적표가 슬쩍 보인다. 이들은 서로가 준비한 예상 문제와 답변을 체크하였다. 서울행으로 가는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모습들이다. 그들이 진심 자신의 꿈을 찾기를 바랬다.
서울에 취업을 하였을 때, 선배는 너가 우리들 중에 희망이라 말했다. 사람이 서울에 한 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우리에게 서울은 수도가 아니었다. 우리의 교육체계에서는 서울에 가야 뭔가 된다는 허황된 사회의 압박이 있었다. 어쨌든 그곳에 한 발 짝 더 가까이하기 위해 대충의 노력은 했던 것 같다. 서울이 대수겠는가. 뭔가 목표를 두고지독하게 노력했던 추억이 있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서울행은 나의 과거와 만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난 그 때 마다 결핍했던 내 청춘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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