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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벽을 넘다 - 이제는 엑셀이다

벽을 넘다 - 이제는 엑셀이다


 회사 생활은 매번 나에게 도전이었고, 벽을 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나만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을 한 관리자에게도, 처음 계획보고서를 받은 주임에게도 매해 회사원들에게는 임무가 주어지고 그것을 해내야 한다. 단, 여기서 임무에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어차피 이거 잘해봤자 신분의 레벨업은 요원하고 월급은 고정이라 생각하면 벌써부터 의욕 상실이다. 어떻게 이걸 넘길까만 생각한다. 그거 윗사람의 지원 또는 수습에만 급급하다. 나에게 임무는 부끄러움이었다.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의 일은 나에겐 도전이었고, 벽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보란 듯이 넘고 싶었다. 모든 회사원이 겪는 성장통이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했던 몇몇 도전들을 기억해 본다. 


 일단은 나의 보고서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있을 정도인 차장님을 위해 글쓰기 강좌 수강을 하였다. 보고서를 잘 쓰고 싶어 글쓰기 수강을 했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었다.(물론 나중에 보고서 글쓰기 강좌도 들었었다.) 보고서는 지금도 열등감이다. 언제나 말한다. 집에 일찍가고 싶으면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라고. 행정은 결국 문서 제조 능력이라 말이다. 작년에 전 부서원 대상 정책 발표가 있었고, 주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보람보다는 스스로의 성장에 뿌듯했다.


 바야흐로 인포그라피가 뜨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나도 배워보고 싶었다. 역시 강좌를 신청했다. 원데이 강좌에서 그리 큰 배움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대신 픽토그램 사용법은 제대로 익힐 수 있었다. 15년 교원 교육의 파워포인트에 인포그라피를 섞어 교육을 하였다. 회사에서는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는 발표였다고 하였다. 특히, 내 파워포인트에 동료 직원들의 칭찬이 가장 컸다. 보람도 있었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태도에 자신감이 찼다. 


 근래에 과장님으로부터 '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팀 보고서를 잘 제작하고 싶었다. 일반적인 줄글이 아닌 가독성 높고, 있어보이는 편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타 회사의 경평보고서에 인용을 하여서 보고서를 전면적으로 다시 썼다. 약 300페이지의 문서를 직접 편집하였다. 그간 다양한 보고서에서 익힌 간격 조정, 경평 보고서를 참고한 글의 배치와 도식화를 배웠다. 올해 경평 보고서에도 직접 인용하였다. 결국 과장님과 주임으로부터 표신이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다.


 요즘 화두는 엑셀이다. 매년 평가 점수 도출의 기본자료가 엑셀로 작성이 되었고, 그것을 올해는 나보고 하라고 한다. 엑셀은 잘 피해 왔다. 정렬과 합계 정도면 왠만한 작업은 겨우겨우 버텨왔다. 이제는 아니다. 정말 잘 된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거기서 평가의 점수를 뽑아내야 한다. 과장님이 기대하는 자료의 수준도 나에게는 높다. 엑셀 젬병이 이제 엑셀 마스터의 목표를 갖게 되었다. 늘 그랬듯이 이 벽을 넘겠다.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없애겠다. 그렇게 성장하겠다. 시작하자. 네이버웹툰 호'랑이형님' 한 편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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