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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나를 나타내는 단어

모순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이상의 시 오감도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13번째 아이는 꼭 나와 같은 모습인 거 같다. 이런 것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무조건 관련 서적을 사야하고(이건 종교다),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라며 최적화의 이동 동선을 짜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다 당초의 여행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나름 그것대로 행복해한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며 그냥 호텔방 침대에서 무협 웹툰만 찾는다.

 

 다만, 누가 보면 그저 속 편하게 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겉으로는 무언가 있어 보이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큰 고통에 어금니를 꽉 물고 참고 살았다. 대학교 1학년이었다. 술을 줄이며(잠이 아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 사범대 교직 이수를 위해 4등 안에 들어야 했다. 결과는 5등이었다. 학사 경고를 예측했다던 이들은 반신반의하며 큰 위로를 보냈지만, 애초에 고등학교 선생질 따위는 생각도 없었다며 짐짓 괜찮은 척 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그것마저 들키면 나란 사람은 없어지는 것처럼 꼭꼭 숨기려했다.

 

 무엇이든 찌를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팔았던 왕서방은 무엇이든 물어보는 사람에 의해 결국 망신을 당하였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Damien rise부터 땡벌까지, 곡성부터 족구왕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모순된 것들을 잘 버무려서 재미나게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서글픈 일들은 줄여 나가고 싶다. 좀 더 스스로와 타인에게 솔직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