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나의 32세 이야기가 끝나가고 있다.
어차피 이제 몇 시간뒤면 2016년 , 나의 33세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전, 2013년과 2014년 12월 31일 글들을 읽어봤다.
역시 이것이 블로그에 글 쓰는 맛이라 하겠지. 좀 아쉬운 것은 상세하지 못한 글들이었다.
아주 좋았던 것은 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점차 내 모습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겠다.
2015년 나는 지금 어떤 것을 기록하고 싶은가.
과연 나는 행복해졌을까. 그렇다.
나는 행복했다. 원하는 직장에서 계속 일 했고, 돈도 어느정도 모았고, 그렇게 하고 싶던 자기계발도 꾸준히 진행했다.
한 해 정말 죽어라 바빴다. 연속해서 터지는 관리 문제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주변에서는 질책과 격려 또한 끊이지 않았다. 정리를 시작해보니 나이로비 비자 문제, 네팔 허위보도 협박과 지진 문제, 각종 지정의 취소 여부 결정, 담당 지역 민원 제보 처리가 줄을 이었다. 그 와중에 민원 최고봉이라 할만한 업무를 전담으로 맡았으니 무엇하랴.
그렇다. 한 해 또한 죽어라 야근하고 늦게 가고 일에 매여 사는 것처럼 보였다. 김갱이 나를 보고 회사 핵심인력인 줄 알겠다고 괜히 농담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아쉽다. 회사일에 발전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름을 붙는 사건이 있었으니 술자리에서 차장님의 말. '개선점을 찾아봐,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걸로는 안 돼.' 이제 2년이 다 차가는 데 뭔가 발전이 더디다. 다만, 워크숍에서는 담당 업무는 잘 했다는 말씀도 있었고, 우수 직원..에 고용문제로 짤리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나름 업무로서 선방한 모습 또한 있다.
돌이켜 보건대 무엇 때문에 맨날 그렇게 남아서 일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국민권익위 민원 처리로 휴가 쓴 날 나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이 분명 2016년에 이를 개선할 것 같다는 구체적인 포스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회사 생활의 개선을 이룰 것이다. 그렇게 하여 2016년 생활의 1/3을 차지할 내 삶에 활력소를 얻을 것이다.
매번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은 어떻게 되었는가
씨만 뿌렸고 이제 잘 키우는 일만 남았다..고 스스로 격려하기로 하였다.
대표적인 자기계발 첫째는 영어였다. 영어원서 읽기를 지금도 참여하고 있다. 오십만원이 넘는 영작 수업도 듣고 이제는 영어 모임은 TM에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영어에 발전이 있었냐? 아니다. 항상 그랬듯이 참가에 의의를 둔 것이다. 심지어 토익책도 샀고 토익공부를 하기 위해 독서실도 다녔으며(잠만 잤지만) 토익 시험도 봤다(역시 참가에 의의를 두었지만) 그렇게 하여 영어가 늘었나? 아니다. 씨만 뿌렷다. 영어를 놓지 않은 것에 만족을 한다. 이제 2016년에는 만족이 아닌 성과로서 증명해야겠지.
그 밖에 자기계발을 꾸준히 진행하였다. 독서모임에 갔고(연애 목적이 컸지만 실패), 인포그래픽스 수업을 회사 돈으로 해결하였다.(나중에 회사 프리젠테이션 강의 때 PPT 대박 났음). 또한 저자 직강을 들었다. 저자 직강 하니 한홍구 선생의 한국사 특강도 서울대학교에 찾아찾아서 듣기도 했네. 그렇게 하여 자기계발을 완창 했냐? 아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 쓰고 있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삶의 작은 활력소로 작용하였다. 2016년에도 쭉쭉쭉 진행하되 마찮가지로 성과가 있는 꾸준함을 동반하도록 하겠다.
대인관계도 적을 만하다. 가장 큰 이슈는 김갱을 만났다. 아주 우연적으로 알게 되어 지금은 함께 많은 것들을 한다. 독서실도 다니고 고민 상담도 하고 가끔 녀석이 나눠주는 일용할 간식으로 밥을 먹는다. 회사 관계는 어느정도 정리하였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물론 대인 관계에 가장 큰 것은 여친아니겠는가. 씨알도 없다. 내년에도 그리 바라고 싶지 않다. 다만 외로움으로 얻어 낸 시간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드디어 구축하였다. 4월에 집에서 쫓겨나서(내집은 아니지만) 동순이의 도움으로 8월까지 수원에서 출퇴근하였다. 8월 이후 지금의 신림동 원룸으로 이사를 하였다. 내가 직접 월세내는 집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스탠드와 어울리는 하얀색 책상에 지금 앉아 있다. 주거 문제로 2015년을 다소 허비한 것은 분명 아쉽다. 이제는 대학과 고시원 근처로 옮겼으니 이 기운을 받아 힘내자. 안정적이잖아! 이게 내 삶에 어디야!
9월의 카톡 컨셉은 몸의 복구였다. 8월에 이사를 하고 가장 먼저 기치로 삼은 삶의 슬로건이 바로 몸의 회복이었다. 퇴근 후 서울대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회사 지하 헬스장에서 가끔 벤치프레스를 들어 지금은 무려 70Kg 뽑는 것이 가능하다. 가끔 출장을 가서 거울 앞에 서면 내 몸에 내가 만족을 한다. 서울대학교 근처에 있으니 관악산도 몇 번 올라갔었다. 분명 운동은 하고 근육은 붙는데 배가 자꾸 나온다. 하는 수 없이 이제는 뛰어야지.
돈도 나름 많이 남겼다. 남겼다는 것보다는 안 썼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게 크게 아낀 것은 아닌데 약간은 부족한 삶을 산 것이 맞겠다. 이제는 부모님 용돈과 실비 보험 때문에 약 17만원이 매번 빠져나가며 여기다가 방세 39만원도 달달이 빠져 나갈 것이다. 적금 제외하며 약 50만원으로 지내야 하는데 암울한가? 그래도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니 행복하다. 돈을 안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사고 그것에 행복을 얻겠다. 돈 쓰는 법도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2016년에 짊어 질 새 가방도 샀으니까. 필요하면 사되 아껴서 생활하자. 그렇게 하며 적금을 계속 유지하자.
2015년 이 모든 것들이 간절함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은 그냥 자책과 격려로만 끝내려 한다. 뭐 정규직 문제라든지 자기계발 문제라든지 말이다. 2016년에는 반드시 지금보다 행복하고 발전하겠다는 간절함을 갖고, 반드시 목표 성취하겠다. 좀 더 냉정해지고 매서워지고 나 답지 않은 모습을 해서 꼭 2015년보다 행복했다는 2016년 글을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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