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인연
얼마 전, 동갑인 회사 동기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첫 아이 돌잔치가 올해 9월이 초대를 한다면 와달라는 것이었다. 너무 기뻐서 꼭 가겠다고 했다. 날 그만큼 회사의 인연 외로 생각해 주었던 것이 고마워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인연은 이렇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로 만난 사이다. 상하관계가 있고, 수평적인 직급에서도 일 때문에 으르렁 거릴 수 있다. 시간만 한 공간에서 많이 공유할 뿐이다. 직장 초기 가장 이해 안 되는 것도 식사 시간의 화기애애와 오후의 살벌한 분위기였다. 해서 직장의 인연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근래에 차장님이 자꾸 동아리를 만들라고 하지만, 난 차일피일 이핑계 저핑계로 미루고 있다. 회사의 인연은 딱 거기까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특별하게 회사에서의 인연으로 모임을 가졌다. 병가 중인 직장 후임과 퇴사를 한 후임을 함께 보았다. 퇴사를 한 후임은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잘지내고 좋은 길로 들어섰다. 병가 중인 직장 후임의 몸도 좋아보였다. 이제 수술을 한 번 거치면 곧 회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토요일 오후, 회사에서의 인연을 다시금 새기며 보냈다. 나름 친했었고 함께 일한 시간은 아득하였다. 아직 호칭은 회사의 직급대로 부르지만 어떠냐. 우리는 그 호칭을 넘어선 관계를 맺었다 생각했다.
행복을 연구한 최고 권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을 했단다. 행복은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관계의 회수와 빈도가 곧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라 한다. 개방적은 아니지만 너무 삐딱하게 회사의 인연에 부정적이지는 않으련다. 뭐, 경계는 하겠지만, 아니 기대는 크게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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