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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란 말 참 좋지요/그렇게 활자를 읽은 것

[한창훈 에세이]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소설가 한창훈 에세이집 -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너무도 좋아했던 글들이 하나로 엮여 책으로 나왔다. 소설가 한창훈 선생이 한겨레 21에 연재를 하였던 '산다이' 시리즈가 책으로 출판이 되었다. 비록 책의 글들을 대부분 보았던 것이었지만, 분명 다시 보면 새로울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샀다. 실상 '산다이' 시리즈가 연재되었을 무렵 한겨레21이 가장 재미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만 각설하고.


한창훈 작가의 닉네임은 아마 '바다 작가'가 아닐까 싶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의 주제가 바다와 연관된 글들을 많이 쓴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교때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어서 그의 소설을 본 적은 없다. 다만, 한겨레21에 격주로 실리던 한창훈 선생의 이 글들을 보면서 정말 글 하나는 끝내주게 잘 쓰는 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첫째, 이야기들 너무 재미있게 쓴다. 둘째, 문장이 짤막하여 힘이 있고 읽기 쉽다. 셋째, 꼭 에세이 한 편을 읽고 나면 나도 이렇게 글을 쓸 것 같은 아주 위험한 생각을 들게 한다.(이런 사람들 중 한명이 김중혁 작가라 생각된다.) 


그의 글을 읽고 이제 생선의 대가리를 먹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알게 되었으며, 자연산 회가 최고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닭았고, 더불어

아무렇게 앉은 길거리 벤치에서 머물렀을 시간들을 상상해 보곤 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았던 구절은 '소주 마십니다.'였다.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이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선장이 지랄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선장 저도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그러다 다시 싸우고 또 소주 마십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안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항구로 돌아옵니다. 소주 마십니다."

 

한창훈의 한겨례 21, <산다이> 中에서,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인용

 

 


 

 그렇다면 나는,

 

 하루가 허기집니다. 글을 씁니다.

 외롭습니다. 글을 씁니다.

 힘듭니다. 글을 씁니다.

 이것저것 공부해야 하는데 잠이 솓아집니다. 글을 씁니다.

 왜 사냐 싶습니. 글을 씁니다.

 주변사람 다 자기들 살기 바쁩니다. 글을 씁니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글을 씁니다.

 몇몇 조회수가 증가합니다. 글을 씁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글을 씁니다.

 삶이 더 행복해 진다고 느낍니다. 글을 씁니다.

 삶이 더 불행해 진다고 느낍니다. 글을 씁니다.

 다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글을 씁니다.


라고 한 번 적어보았다.


가볍게 읽고 크게 웃다가 가슴에 그래도 뭔가 남는 바를 원한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북으로는 없는 것이 좀 아쉽지만 틈 있으면 가볍게 에세이 한 챕터 읽고 다시 꽂아두는 그런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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