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갑자기 "짠" 하면서 점프를 뛰며 다가온 소녀 2명이 있었다. 여린 목소리였다. 얼굴도 기껏해야 고등학교로 보였다. 포장된 공예품 하나를 내밀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물건을 판다고 소개를 하였다. 순간, 얼마인지 듣지도 않고 내가 말허리를 잘랐다. '저희도 이러한 공예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니 사지 않겠다고' 그녀들의 표정도 보지 않고 돌아섰는데 옆에 있던 후임이 놀란듯이 말했다. 술 먹고 있으면 껌 팔러 들어온 할머니의 물건도 사주려는 사람이 애들한테는 너무 매몰찼다고.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 사기가 분명하다 대답을 하였으나, 가는 길 내내 후임은 적잖이 놀란 듯 하였다.
다시 새해의 업무가 시작이 되었으나 업무는 너무 고되다. 휴일도 걱정에 쉴 수 없을 정도여서 민감한 나날이었다.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할 정도로 민감해진 것은 아닌지 갑자기 나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게 맞나 우물쭈물 하다가 지하철역까지 도달았다. 마음속으로는 내일 다시 만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점점 집에 올수록 마음은 무거워졌다. 제발 그 소녀들이 상처를 받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 엄동설한에 어른으로서 그들의 이야기조차 들어주지 않은 내가 너무 후회된다. 감기 조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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