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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30일 글쓰기-1] 주관적 시작을 활용한 글쓰기

 

꾸벅꾸벅 졸고있는 남자의 고개

 

내 앞자리의 남자 머리를 보고 생각난 것은 엊그제 물리 시간에 배운 진자의 운동이었다. 이 52번 버스의 종점인 산곡비탈역에 다가갈수록 버스는 더욱 흔들렸고, 넋을 놓고 잠을 청하고 있는 그의 머리는 더욱 까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진자의 운동 시간에 나온 구슬추처럼 말이다. 

 

처음엔 그의 머리가 왼쪽으로 살짝 갔다 다시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러더니 버스의 움직임에 호응하듯, 더 크게 왼쪽으로 움직였다 더욱더 크게 오른쪽으로 머리가 움직였다. 그걸 보는 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졸고 있는 남자의 머리추가 그의 오른쪽에 앉은 여학생의 어깨를 강타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드디어 그의 머리는 진자의 운동을 넘어 상고머리를 돌리기 시작할때쯤, 버스는 고속방지턱을 살짝 넘어가는데 실패를 한 순간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버스 기사에게 '아, 뭐야...' 라는 식의 작은 항의이자 다들리는 독백을 할 즈음, 그의 머리는 유성이 지구에 충돌하듯 여학생의 가녀린 오른쪽 어깨에 부딪쳤다. 몇몇은 나와 같이 생각을 했듯이 동시에 눈이 커졌고, 여학생은 신경질적으로 깜짝 놀라 양쪽 귀에 끼여있던 이어폰의 제거했다.

 

졸음에 깬 남자는 무안한 듯 꺾인 목을 붙들고 아파하면서 게면쩍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나 경과를 재빨리 파악한 여학생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난 그 말을 꼽씹다가 하차역을 그만 놓칠뻔했다. '저 이제 내려요'란 전지연의 광고문구가 사실이었다. 그 학생은 글쎄, '당신을 버스에서 처음본지 367일째입니다. 피곤하면 언제든 이 어깨를 내어드릴게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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