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가 나를 덥쳤다
어제 친구 케이가 믹서기의 유무를 물었다. 있다고 하니 좋다고 하더라. 자신의 집에 블루베리, 라즈베리, 그리고 비타민 등등이 있으니 가져가라 한다. 이럴 땐 고마운 친구다. 지난 번엔 스팸하고 홍삼하고 기타 등등을 줘서 일용할 양식으로 잘 먹고 있었다. 해서 이번에도 못 이기는 척 블루베리, 라즈베리, 비타민이라는 것을 챙겨왔다.
블루베리와 비타민은 압축팩에 넣어져 있어서 잘 보았지만 라즈베리는 뭔가 검은색 비닐에 겹겹이 포장되어 있었다. 일단 해동부터 시켰다. 블루베리와 비타민은 빨리 해동이 되었는데 라즈베리라는 것은 유독 해동이 늦었다. 블루베리와 비타민에 요구르트를 섞어 갈아 마셔봤다. 솔직히 별루였다. 건강식이라 그런가. 여튼 그랬다. 라즈베리는 그날 저녁쯤 해동이 된 듯 했다.
겉에서 만져보니 더 이상했다. 마치 소시지처럼 길고 동그랬다. 신형 라즈베리인가 싶었다. 한겹 한겹 비닐을 벗기고 마지막 검은 봉지를 개봉하는 순간, 역겨운 비린내와 마치 꼼장어, 혹은 뱀장어, 아니면 장어 뭐 그런 놈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실망과 역겨움과 함께 그대로 삼단 봉인을 하여 다시 냉동시켰다.
그 놈의 인상이 강했는지 그 냄새가 역했는지 마침 케이와 함께 보기로 한 쥬라기월드2 때문에 보았던 쥬라기월드1이 내내 역겨웠다. 파충류천지였으니까. 여기에 더 심했던 것이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사온 스파벅스 컵에 개구리가 있지 않은가. 역시 이 파충류 땜시 다시 한 번 뿜었다. 그리고, 왠지 새벽에 가위가 눌린 것 같다. 아 라즈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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