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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메모타쿠

칼의 프레임과 활의 프레임

 칼의 프레임과 활의 프레임

 

 광화문 사거리에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폭발했다고 생각해보자.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시내버스는 '느닷없이' 폭발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정비 불량이다. 정비사가 졸았다. 과로 때문이었다. 정비사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운수회사가 정비사들을 해고한 결과다. 회사 적자 때문이었다. 대중교통 부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줄면서 적자가 쌓였다. 지자체로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줄어 어쩔 수 없었다. 중앙정부 예산은 엉뚱한 곳에 쓰였다. 부자들한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정권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를 '칼의 프레임'으로 다루면, 사고의 주범은 정비사다. 정비사만 감옥에 갈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적개심만 깊어진다.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반면 '활의 프레임'에서 폭발사고의 주범은 운수회사, 자치체.중앙정부다. 다양한 모순이 복잡하게 섞여 증폭된 것을 온전히 드러낸다면, 사고 예방의 현실적.구체적인 길을 찾아낼 수 있다.

 

- 안수찬, 칼과 활, <한겨레 21/만리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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