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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 아버지의 의미가 사회 전반에 쓰나미를 일으켰다면 현 상황에서는 엄마, 어머니의 의미찾기가 한창이다. 많은 드라마, 연극에서 불어온 엄마 열풍에 소설이 기름을 부으니 그 작품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실제 현 시점에 6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출판업계의 축복이자 우리의 목마른 정서를 시원하게 적셔주고 있다 생각한다.
엄마를 부탁한다는 말이 뭘까. 아무래도 작가는 정말로 우리에게 오늘날의 엄마를 부탁한다고 하는 것 같다. 작품의 엄마는 희생의 어미모습이요, 가족과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받치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어찌 한 사람의 어머니일까. 이게 오늘날 한국사회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집이 커져가면서 반대로 어머니의 크기는 작아진다.
엄마를 잃어버렸다. 실종이다. 서울역 한복판에서... 서울역이라.. 이 물질물명의 최고상징인 곳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실종되셨다. 가족은 그 사실을 1주일이 지난 후에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알게 된다. 남편과 맏아들, 딸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다 다르다는 것을....
그 모습은 다르지만 그들에게 엄마는 특별한 존재요 그들 자체였다. 잘되면 자식의 능력이고 부족하면 엄마의 죄였다. 쌀독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순간 어머니는 겁을 먹었고, 자식이 장만한 첫 집에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남편이 없어도 항상 그를 위해 밥을 지었고, 한 겨울 어느날에 돌아온 그를 위해 밥상을 올리는 사람이었다.
두서가 없는 글이 되고 있지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엄마를 잃어버린 순간이 언제냐는 것이다. 작품의 엄마는 샌들을 신고 실종이 되었지만,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엄마는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말한다. 그것은 밭을 고르다 다쳤을 때 신은 것이었다. 실종된 후 그들이 만났던 엄마는 누구였는가?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우리가 엄마를 잃어버린 순간은 언제일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엄마란 존재를 잊은 순간이 엄마를 잃어버린 순간이라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해서 지금 우리가 엄마를 잊고 있다면 어여 엄마를 되찾아야 한다. 더 늦기전에,.. 더 늦기전에..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엄마를 우리에게 꼭 부탁한다고.
또하나 중요한것, 문순태 작가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김애란의 칼, 박민규의 누런 강 배한 척에 없는 것, 그것은 엄마의 욕망이다. 우리의 엄마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욕망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새롭다.
이제 날 놓아달라, 그곳으로 다시 가기는 싫다, 이제 날 놓아달라, 그렇게 말하고 엄마가 찾아가는 곳은 그의 어머니 품이다. 철옹성 같은 우리의 엄마에게도, 또한 엄마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녀도 누구의 따뜻한 품이 필요한 나여린 존재였다는 의미가 가슴 한 곳을 깊게 후벼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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