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퇴근길, 서울대입구 2번 출구앞이었다.
나가는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 알바생이 추위에 떨어 공손히 전단지를 뿌리고 있었다.
문득, 나도 모르게 그 청년에 감정이 이입되고 전단지를 받았다.
2013년 여름, 청년고용촉진법에 반대하고자 길거리 서명을 받던 내 모습이 비춰서였을게다.
2개월에 2만으로 헬스를 할 수 있다는, 보다나마 했던 나에게 필요없는 전단지.
주변 바로 앞에는,
나 이외에 그 정보가 쓰레기였던 사람들이 버린 전단지들이 바람에 빗물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청년의 손에 건네진 전단지가 바닥의 쓰레기로 바뀌는 시간은 멀지 않게만 느껴졌다.
요즘, 어느 순간부터 전단지를 받지 않게 되었다.
내민 손 무안하게, 아니면 애초에 받고자 하는 의지조차 비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돌리고 그 자리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거 하나 받아주는 것이 뭐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엔 말이다.
그거 하나 안 받아주더라도 뭔 일이 생기겠는가, 이제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친다.
그 한장을 내미기 위해, 그 청년과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생계가 걸린 삶의 몸짓과 언어를 나는 너무 쉽게 외면해 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감수하고 나는 불편해져야 하겠는가.
그런 것에서라도 이제는 좀 편안해 질 수 없는 것일까.
내일이면 몇몇 전단지를 돌리는, 건네는 사람들을 마주할 것이다.
아직도 답을 못 찾겠다.
답이 없는 것이겠지.
이걸 고민하는 것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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