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인가, 구두 하나만 신고 다녔다.
여벌의 구두하나를 스페어도 신었다면 더 오래 이 구두를 신었을까. 제법 큰 돈을 써서(그래봤자 뭐 20만원도 되지 않았지만) 장만한 구두라 추가의 구두를 사기가 아까웠다.
그렇게 이 구두 한 켤레를 2년간 신고 다녔다. 우연히 구두 매장을 지나다가 바로 낚아 샀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
옆이 다 터저서 물에 취약해졌고 굽은 다 달아서 서 있기가 힘들었다. 지하철에 똑바로 서 있기 조차 힘들어서 집에 오면 항상 뒤꿈치가 얼얼하고 아팠다.
미련하게, 멍청하게 버티다가 올해 성과급으로 새로운 구두 한 켤레를 장만하고 이제 놓아주었다.
이번달 월급을 아껴서 검은색 구두 한 켤레를 더 마련해야겠다. 그게 더 오랜기간 구두를 신는 길인 것 같다.
너무 늙은 구두여 잘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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