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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저녁 가을하늘을 보니 나는 우주의 먼지였다

운동이라 하고 실은 산책을 한다. 요즘은 산책코스를 하나 추가했는데 강가 옆에 길게 뻗은 자전거 길을 걷는다. 길게 이어져 있어 사람들도, 자전거도 서로 바삐 걷는 길이다. 바닥의 소재가 우레탄인지 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푹신푹신한 느낌에 걷는 질감을 더해준다.

 

그렇게 걷다가 하늘을 본다. 강 건너에는 분명 몇 십억이나 할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 있다. 그리고 큰 고가도로가 보인다. 내 눈은 와이드 앵글이 되어 그 풍경을 하나에 담는다. 아파트 불빛, 크게 뻗은 고가도로와 가을 하늘을 함께 보며 걷는 기쁨이 상당하다.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그 가을하늘이 물 흐르듯 지나가는 것을 상상해본다. 그런 거 있잖은가. 다큐멘터리에서 시간이 흐를 때 나오는 장면들. 해가 떠오르고 지면서 하늘이 달리기를 하며 지나가는 장면 말이다.

 

그 상상을 하니 문득 나는 우주의 먼지였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나란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 몸속의 성분이 우주의 구성 성분과 같기 때문에 나는 곧 우주라 하였다. 우주라 하지만 난 그 하늘의 달리기 속에 껴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자, 내가 갇고 있는 마음의 짐과 걱정과 행복과 고민이 모두, 참, 쓰잘데가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흐름과 섭리 속에서 나는 참 비침한 미생물이라 느껴졌다. 

 

난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였지만, 마음 한 켠은 굉장히 시원했다. 대 우주와 자연의 한 귀퉁이 속에 너무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단 깨달음을 얻었다. 그 느낌을 부여 잡고자 내일도 이 운동을 가장한 산책길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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