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기를 사다
벼르고 별러 프린트기를 샀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나무가 미안할 정도로 프린트를 해대었지만, 여기서는 아직까지 내가 종이 한 장 프린트를 한 적이 없다. 나름 행정원인데, 이곳에서 정말 보고서 하나 제대로 쓴 적이 없고 고로 그것을 프린트 한 적도 없다. 생각해보니 어렷을부터 내 책상에는 반드시 프린트기가 있었다. 입력한 게 있으면 토해내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작 2달을 참았으니까 참을 만큼 참은 것도 같았다. 나보다 교원 선생님이 더 필요하다고 안달이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베트남의 전자 상가에 프린트기를 사러 갔다.
일단 돈 걱정은 없으니 좋은 것만 고르면 되었다. 하지만 말이 통하던가. 영어가 되는 직원이 설명을 해 주었지만 가슴에 콕콕 이해되지가 않았다. 일단은 기능이 많아야 하니 비싸되 큰 것을 골랐다. 한.. 80만원 정도를 샀다. 프린트에 스캐너까지 되는, 다만 처음보는 브랜드였다. 한국브랜드를 사야했는데 없다고 하니 뭐 어쩔 수가 없었다. 나름 온 김에 파쇄기에 토너까지 매장의 물건을 다 쓸어 담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음을 기약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오후 4시에 오토바이에 프린트를 싣은 엔지니어가 왔다. 도의적 차원에서 프린트 박스를 옮기는 걸 도와주었다. 크긴 엄청나게 컸다. 설치할 책상 공간이 마땅치가 않아 바닥에 놓기로 하였다. 박스를 뜯고 설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찰라, 기사가 와이파이라며 뭐라 하였다. 정말 난감한게 영어를 거의 못하였다. 베트남어로 뭐라 하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 없어 대충대충 맞장구를 치며 답변을 해 주었다. 무선으로 설치를 해야하는데 그게 안 되니 난감해 하는 것도 잠시, 분명 한글을 모를진데 내 컴퓨터에서 클릭 몇번에 설치를 시작해 주었다. 교원의 컴퓨터는 CD-rom이 없어 UBS포터로 설치를 완료하였다. 뭐라뭐라 하는 데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왠지 시험 인쇄를 해 보라 해서 아무거나 인쇄를 눌었고 5장의 월별보고서가 컬러로 프린트가 되어 나왔다.
교원께 내일부터 그동안 밀려 놓은 보고서 다 프린팅하여 보고를 당부하였다. 왠지 또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 행정원의 작은 행복을 더 누리기 위해, 저녁은 교원가 소주 한 잔 하였다. 이제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인지, 내가 이러려고 여기 온 것은 아닐진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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