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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세종학당의 표준, 호찌민 세종학당입니다.

말하는대로 기억을 느끼다 - 베트남에서 구두 닦았던 썰

 큰 행사의 아침날, 유독 구두 한 켤레가 마음에 걸렸다.며칠 전부터 구두약을 찾았지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내심 아쉬움이 더 컸다. 행사도 있는 날인데, 양복에 넥타이까지 나름 차려 입었지만 그 끝인 구두가 너무 더러웠다. 내 행사에 올 사람들에까지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패티김 선생은 항상 무대에 설 때 마다 새로운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드리는 예의라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휴지로 먼지라도 털어야겠다 마음 먹으며, 오토바이들이 가득 찬 횡단 보도를 건널 즈음이었다.

 

 갑자기 자전거를 탄 한 사람이 내 옆에서 뭐라뭐라 하는 것이었다. 바지를 가르키기에 눈으로 급히 스캔을 하였지만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다시 뭐랑뭐랑을 포기하지 않는 아저씨, 왠지 구두를 말하는 것 같아 다시 아저씨를 보니, 아뿔사. 이 분은 구두닦이 아저씨였다. 구두를 닦으라고 성화였던 것이었다. 구두를 닦지 못한 한탄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어찌 말하는 것을 넘어서 생각을 하자마자 이런 결곽라 나온 것일까. 순간 마음은 내키지 않았다. 그러자 영어를 섞어가며 딱 5분만 걸린다고 하여 승낙을 하였다.

 

 횡단보도 한 쪽 켠에서 그가 내준 슬리퍼를 신으며 가격을 물어보았다. 폴티 따운젼이라 길래 휴대폰의 계산기를 눌러서 다시 확인을 하였다. 아무렴 어쩌냐. 지금은 수요가 먼저인 것을. 그닥 전문적이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두는 어찌되었던 깨끗하게 변하였다. 이 정도면 되었지. 더없이 기쁘고 행운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 그냥 오만동으로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회사 직원에게 이 기적 같은 일을 이야기하니 놀라긴 하였다. 다만 포인트가 달랐던게, 구두닦이 런어웨가 많다는 것이었다. 슬리퍼까지 내 준다음 구두를 가지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정리를 했다.오늘은 기적에 기적을 겪은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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