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썼어야 할 글을 지금에서야 쓰다니..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왠지 이름만으로도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옥탑방에서 지방 방송국 2차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눅눅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계 소리의 토닥임을 위로 삼아 잠시 잠들었다 깨어 휴대폰 액정을 쳐다보고,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며 사람들의 합격 소식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었다. 그렇게 기다리도 기다려도 결국 내가 기다리던 소식은 끝내 오지 않았다.
저녁 6시쯤, 더이상 견디지 못해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원망과 절망만이 가득한 체 보냈야 했던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시 생각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 회사원으로서의 소속이 생겼다. 비록 세상에 또 다른 약자 신분 계약직이지만 실업자 신세는 면했다. 특별히 할 일이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니었다. 그래도 작년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행복감이 밀어왔다. 지금까지 얹혀 살던 집들 중 가장 따뜻한 자취집(비록 남이 대여해 준 것이지만), 동영상은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노트북, 그윽한 스탠드 불빛,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통장 잔고, 그리고 맥주 한캔과 함께 작년과는 다른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있다.
분명 작년보다는 몇 걸음 걸었다.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 이브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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