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잘 구했지(save) 말입니다.
'낳으실 때 괴로움' 다 잊었다는 어버이날 노래로 시작하지만, '아아~ 보답하리'의 스승의 날 후렴구로 훈훈하게(?) 끝나는 달이 5월이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그리고 학원다니느라 고생인 우리 자식들까지)의 살신성인에 내내 고마움을 보내는 달, 5월의 추천 영화를 꼽아본다. 단연, 희생정신의 상징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추천한다.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인데, 다음 달 추천영화 아닌가요?'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제목이 다 말해준다.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미국 행정부 전보 담당병은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바, 그 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라이언' 이름의 형제 3명이 사망했다는 점과 마지막 막내 '라이언'이 살아 있다는 것을 상부에 보고한다. '나는 4명의 아들을 모두 스파르타에 바쳤다.'라고 말한 스파르타의 그 어머니는 섭섭하겠지만, 시대가 어디 호랑이 은하수 피던 그런 시대인가. 미 행정부는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마지막 라이언은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결정하고, 이 '라이언'을 찾아내어 미국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하도록 톰 행크스와 그 분대원들에게 임무을 내린다. 여덟 명이 단 한 명을 구하기 위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 된 것이었다.
부하들 가라사대, 국방부가 이 전쟁을 위해 만든 로봇일 것이라는 지휘관 톰 행크스와 분대원 7명은, '라이언 이 놈 꼭 살아있어라. 내가 죽여 블랑게'를 속으로 외치며 그를 찾아 나선다. 젊어서 고생은 이미 사서 다했다고 생각될 무렵, 끝끝내 '라이언'을 찾아낸다. 탐 크루즈가 그랬던가. 미션은 언제나 임파서블(impossible)한 것이라고. 끝난 줄 알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라이언 일병은 함께 돌아가자는 톰 행크스와 분대원의 권유를 뿌리친다. 자신은 이곳을 지켜야 하는 임무가 있다고, 동료들을 놔두고 자신만 빠져나갈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틴다. 라이언 부모님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우리 어머니가 가끔 하시는 말씀, '아들 놈 키워봤자 하나 소용없다'란 말을 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라이언 일병인 '멧 데이먼'이 누구신더가. 훗날 영화 '마션(화성인)'에서 동료들은 무려 225,308,160km 떨어진 지구에서 화성으로 그를 구하러 온다. 온 지구인이 그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래줘야 비로소 화성에서 감자 농사 지으시며 버티셨던 분이다. 그런 멧 데이먼에게 탐 행크스 일행의 정성은 눈에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라이언은 '일병'이다. 라이언 이병은 왠지 눈물을 흘리며 바로 집에 갔을 것이고, 라이언 병장은 이미 전역 날짜만 세는 비전투 인력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일하는 일병, 꼭 뭔가 열심히 해낼 것 같은 일병이었던 것이다. 결국 톰 행크스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분대원들과 함께 그 지점을 독일군으로부터 사수하기로 한다. 로봇이 아닌 전직 선생님이었던 톰 행크스와 그 분대원들은 모두 그 전투에서 전사한다. 라이언은 살아 남는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하였다.
2009년 한 국회의원은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관련하여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이 영화를 예로 들었다. 영화를 잘못 보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맹목적인 희생이 아니다. 가치가 있는 희생이어야 한다. 영화의 도입부에는, 라이언으로 추측되는 할아버지가 톰 행크스 무덤을 발견하고 오열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늙은 라이언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라는 것이다. 부인, 아들과 딸들, 그의 사위와 며느리들, 그리고 거기에 딸린 자식들까지 이건 마치 로또에 맞았을 때 자연스럽게 소집될 수 있는 가족수이다. 여덟 명 희생은 한 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만큼의 많은 생명을 위한 것이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와 스승의 희생이 품고 있는 것은 '나'라는 가치임에 더욱 숭고하다. 5월, 호국의 달은 6월이지만 라이언 일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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