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거기에 내가 있었다

거기에 내가 있었다


얼마 전 라트비아 리가 출장을 갔었다. 기분이 새삼 숭숭했다. 2011년, 이곳에 여행을 왔었다. 출장길 공항에 내리자 마자 예전의 추억이 그대로 다가왔다. 당시 젊은 내가 거기 있었다. 처음 여행부터 비행기를 놓쳐 발을 구르고, 무료 공항 버스를 타기 위해서 티켓을 끊지 않고 탔다가 경찰에 걸리고, 어쩌다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자에게 리가 지도를 건네고, 그 지도에 나온 모든 지점을 다 찍었을 때 희열을 느끼고, 


그렇게 6년전 젊었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세속에 늙고, 현실에 타협하고 있고, 더 이상 설레고 꿈꾸지 않는 그러한 30대 직장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6년 전 나는 리가 그곳에서 지금보다는 더 나은 꿈을 꾸고 있었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리가, 그곳에 내가 있었다. 과거의 나와 만날 수 있었던 뜻있는 출장길이었다. 예전에는 한 번 가본 곳은 절대 가지 않겠노라 했는데, 나름 예전의 나와 만날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