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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 우즈벡(Oh! z Bek)/난 빨따리로 가련다

애증의 러시아어 배우기(하편) 애증의 러시아어 배우기(하편) 그렇게 죽느네 마네, 하네 마네, 놓네 품네 하면서 2년 동안 배우고 익힌, 그래서 때때로도 즐거웠던 러시아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공식적인 러시아어 실력은, 토르플 초급이다. 우리나라의 2개뿐인 러시아어 인증 시험 중 하나로서 가장 낮은 등급이다. 우즈벡을 너무 사랑하시고, 러시아어 또한 너무 잘 하셨던 코이카사무소 운영요원님도 초급이었다. 당시 그것이 이해가 안 되서 왜 초급이시냐 물었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일단 가장 낮은 걸 봤고, 그 후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 상태와 비슷하다. 귀국 후 취업이 우선이니 바로 시험을 보았다. 혹시나 모를 실패 시 타격이 너무 컸다. 일단 시험료가 20만원, 시험 장소는 대구이니 숙박 및 교통비, 일비를 합산하였을 때.. 더보기
애증의 러시아어 배우기-전편 애증의 러시아어 배우기-전편 해외봉사활동을 2년 동안 갔다 왔다고 하면, 군대 갔다 온 것이 아닌가 되묻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즉, 코이카 봉사단원은 무조건 해외에서 2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1일이라도 포기를 하면 중도귀국자다. 참고로 코이카는 대한민국 통합 해외봉사단 브랜드다. 해외봉사의 분야는 간호, 컴퓨터, 농업, 미용, 도시개발, 태권도 그리고 내가 선택한 한국어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선발은 2달에 한 번 정도 있기 때문에 기회는 많다. 다만 내가 합격을 하였을 때 한국어교육은 경쟁률이 5:1로 가장 높았다. 봉사단원 면접에 합격하게 되면 약 1달이 넘는 기간에 국내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각자의 국가로 파견을 하게 된다. 파견 후, 단원들은 대략 2달 정도의 현.. 더보기
다 사람 사는 곳 다 사람 사는 곳 여행, 미지로 향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표현 밖에 없는 것 같다. 콩닥거리는 심장은 몸 전체에 피를 뿜어대고, 그 에너지는 전신에 공급되어 몸을 앞으로 항해하게 한다. 다만, 봉사활동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알 수 없는 그곳에서 2년 동안 살아야하였다. 알려진 정보도 없었기에 걱정은 배가 되었다. 누구는 추워서 얼어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 하였고, 생필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두 싸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민 가방의 제한 무게는 25kg, 이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가 봉사단원들의 지상 과제였다. 선배 단원과의 연락은 마치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고, 그들의 조언은 바야흐로 복음이었다. 걱정되는 것이 한 둘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해결될 문제랴. .. 더보기
아! 독재주의십니까? 아! 독재주의십니까? 40분째 경찰 영화에서나 보았던 취조실에 앉아 있는 중이다. 노랑 전구 하나의 불빛으로 겨우 맞은편 경찰의 얼굴을 가늠할 수 있었고, 뭐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데 도대체 이게 러시아어인지, 우즈벡어인지, 아니면 영어인지 분간이 어려워진다. 첫 질문에 러시아어로 외워둔 '나는 한국어선생이고 너네 나라를 위해 봉사활동 중이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회화 실력의 밑천은 진즉 떨어지고 점차 위축이 되었다. 과연 여기서 나갈 수나 있을까, 지하철을 타려고 했을 뿐인데 도대체 왜 지하철 으슥한 곳까지 날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대사관 소속의 관용여권 사본을 보여줘도 막무가내인데 차라리 돈을 줄까 등 오만가지 생각에 두려움 커졌다. 그 순간, 맞은편 경찰이 자꾸 책상 밑 종이를 힐끔힐끔 보고 .. 더보기
나는 빨따리로 가련다_가기 전 준비의 시간 우즈베키스탄으로 해외 봉사를 떠나기 3일 전, 정말 우연하게 모인 중.고등학교 동창들과 2차 술자리가 이어졌다. 단연 화제는 '최장호'가 졸업을 앞둔 인생의 골든타임에, 취업을 해서 입신양명을 해도 모자를 판에 해외봉사를 2년 씩이나 가도 좋냐는 것이었다. 이것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던 이상의 '오감도'가 떠올랐다. 일아해는 가지말라 그러오. 갔다 와서 세상의 낙오가자 될 거라 하오.(너 진짜 내 친구냐) 이아해는 그래도 갔다오라 그러오.(왠지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 말) 삼아해는 혹시 근래 이별이 충격으로 다른 나라에 가는 게 아니냐 하오(좀 더 말했으면 살인났을거야) 사아해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 해봤자 뭐 하냐 그러오. 격려냐 해주자 그러오.(하긴 나도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