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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30일 글쓰기 - 11] 감사일기 쓰기 언젠가는 커피 한 잔 완샷도 그거 아나요. 저는 정말 당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는 것을요. 당신이 내 옆에서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가끔은 내게 일어난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오물조물 꼭꼭 씹어 밥을 넘길 때마다 저는 당신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과장이라 웃지만 말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몸 속에서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제일 큰 병원에 입원을 하여, 조직 검사를 받았을 때도 생각나나요? 생각보다 당신의 몸 속에 문제가 크다고 했을 때 말이예요. 수술은 불가피했고 몸의 여러 장기를 떼어내야 했지만 솔직히 저는 수술만 된다면 다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었습니다. 수술.. 더보기
[30일 글쓰기 - 9] 선거에 대해 쓰기 그게 좋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난 전교 어린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개표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 당선 여부보다는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그날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개표 담당자들 외에 모두들 하교를 한 학교는 조용했고, 난 반에 혼자 앉아서 이 고통이 어여 끝나길 빌고 빌었다. 당선 여부? 솔직히 말하면 당선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싫었다. 반장도 싫어하는 내가 어린이 회장이라니. 교실 앞문이 열리고 우리반의 개표 위원이 득달같이 달려와 당선을 축하했다. 크게 한 턱 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던 거 같다. 뭔가의 직책, 흔히 말하는 감투가 너무나 싫다. 어린이 회장을 한 후 등교를 하자마자 부담감에 어깨가 짓눌렸다. 어린이 회장이니 공부는 잘해.. 더보기
[30일 글쓰기 - 8] 병치하여 시 쓰기 부끄러운 밤 부끄러워 해야 한다. 쉽게 쓴 시를 부끄러워 했던 윤동주처럼, 쉽게 늘어나는 내 문장을 부끄러워 하자. 글을 삼키지 않는 내 눈동자, 허공에 쉬이 흩어지는 말만 뿜는 이 혀를 부끄러워 하자. 부끄러워 해야 한다. 부끄러워 해야 한다. 다짐을 버져린 어제의 내 과거와 다짐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지금의 내 모습과 새로운 다짐을 새로울 것 없이 그리는 내 미래를 부끄러워 하자 얻으려 몸부림 칠수록, 손에 쥐는 복 된 삶을 왜 져버리는지, 행복을 원하고, 사랑을 말하며, 변화를 갈망하나 정작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게으름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렇게, 부끄러원 밤을 맞이하는 나를 부끄러워 하며, 부끄러움에 몸 둘바를 몰라 어서 이불 안에 숨는다. 더보기
[30일 글쓰기 -7] 에곤 쉴레의 자화상을 보고 감상문 쓰기 제2의아해가나를바라보오 제1의아해는빨강머리오. 올려보는눈이나를바라보오. 엄마면서아빠이기도하오.그저지긋이제2의아해를품고있소. 제2의아해는빨강머리오. 바로보는눈이나를바라보오. 아들이기도하오.그저다소곳이제1의아해품에품겨있소. 제2의아해는나를올려보는아해와바라보는아해가모였을뿐이오.네눈이그저나를바라보아무섭기도하나무섭지아니하기도하오. 더보기
[30일 글쓰기 -6] 시간에 대해 1/6, 1/4 .... ?/? 22년 3월 1일을 맞이하며 든 생각은 올해의 1/6이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버텼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대대적인 직제개편으로 맡은 일이 이상하게 꼬였고, 올해는 그저 꾹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여기서 3월까지만 또 버틴다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떠들썩하게 시작된 2022년도 1/4이 지나간다.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런데, 마냥 시간이 지나간다고 좋아할 일일까. 이 시점에 꼭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연초에 세운 2022년 새해 목표를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2021년을 반성하여 올해는 목표수도 많이 줄였는데, 어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거의 안 보인다. 특히, 매년 양적 성장을 의식했던 독서 목표는 주간 또는 월간 몇 권을 읽겠다는 다.. 더보기
[30일 글쓰기 - 5]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칼럼에 대해서 정치와 문화는 분리될 수 있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치의 영역을 넘어 경제, 문화, 예술부터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러시아의 대한 전쟁 철회와 반성의 요구로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것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으며, 문화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온 정치와 문학의 분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자 한다. 물론, 그 논란의 시간만큼이나 이 글에 정답은 없으니 미리 말한다. 생각.1 정치적인 노래를 들어보았는가.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대는 실제 몇몇 가수의 노래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를 당했다. 또한 군대에서는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금지도서 목록이 정해지기도 했다. 이것도 군사독재 시대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21세기 일이다. .. 더보기
[30일 글쓰기 - 4] 죽음에 대하여 빈 공간과 단절 지금 생각해봐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누구는 허망하다고 했고, 누구는 살다가 그 성격대로 갔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큰 고모에게 전화를 하는 엄마는 오열을 하였다. 지금 타 지역의 큰 병원에 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오신다며 말이다. 그 때 처음 알았다. 병을 고쳐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살 가망이 없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할아버지는 '죽음'의 상태였다. 어제 저녁까지 몸의 어떤 이상도 없었고 건강하셨는데, 잠들은 상태에서 뇌출혈로 내 곁을 떠나신 것이었다. 태어나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곳은 교도소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쥐어 준 에어캡만 신나게 터뜨리며, 정작 할아버지는 제대로 보지도 않았던 거 같다. .. 더보기
[30일 글쓰기 -3] 글쓰는 이유 - 새버전 글쓰며 산다이 힘듭니다. 글을 씁니다. 오늘 하루도 허기가 집니다. 글을 씁니다. 주변 녀석들 다 자기 살기 바쁩니다. 글을 씁니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글을 씁니다. 몇몇 조회수가 올라갑니다. 신나서 글을 씁니다. 삶이 점점 더 좋아질거라 믿고 싶습니다. 글을 씁니다. 내가 헛되이 쓴 오늘이 어제 죽어간 누군가가 바라던 내일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을 씁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