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퇴근길, 내 앞에 앉아 있는 당신께
안녕하세요, 지금 선생님의 행동을 10번 이상 곁눈질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선생님을 앞에 모시고 이렇게 글을 쓰니, 마치 속으로 욕하는 기분이 드네요. 저는 그저 월요일 지히철 퇴근길에 느낀 점을 끄적이는 것이니, 절대로 선생님을 비하하거나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오해하진 말하 주세요. 혹시나 그렇게 느끼셨다면, 모두 제 글쓰기 능력의 부족이니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꾸뻑.
먼저, 저는 절대 제 앞에 앉아 계시는 선생님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저에 대해 좀 설명하자면, 저는 매일 아침 지하철에 앉아서 출근을 합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아침 5시 59분, 그 날 두 번째 출발하는 지하철을 꼭 타야 제 시간에 출근이 가능합니다. 아, 참고로 저는 절대 선생님이 어서 자리를 비켜 달라고 기도하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 근력에 장수 비결이라 하네요. 허벅지의 뻐근함이 참 좋네요.(솔직히 가산디지털단지에 안 내리시는 걸 보고 쪼금은 화가 나긴 했습니다)
제가 생면 부지인 선생님께 부탁만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건 아니고요. 지하철 매너에도 포함할 필요도 없는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네요. 바로, 앉아 계시면 ’얼음‘ 상태를 유지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여긴 어디지‘ 라 느끼시며 고개를 두리번 거리시거나, 멀쩡한 안경을 가방에 넣는 행위를 하셨는데 그러면 제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신감이 들다가 이제는 점점 열이 오르네요. 기대가 클 수록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아침 지하철에 앉아 가면서 저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첫번째, 제 앞에 서 계시는 분에게 어떠한 기대감도 드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두번째, 양 옆에 앉아 가시는 분들께 피해를 드리기 싫어서입니다. 휴대폰을 꺼내는 것조차 미세하게 몸끼리 부딪치 더라구요. 그래서 너란 사람은 어떻게 앉아 가냐고요? 쉽습니다. 그냥 팔짱기고 고개를 뒤로 젖혀 움직임을 최소화한 뒤 잡니다. 이렇게하여 제 앞에 계신 분께 명확한 시그널을 드리려 노력합니다. ‘당신은 이 자리를 앉아 갈 수 없으니, 다른 자리로 줄 서세요‘ 와 같이요.
음..모든 사람이 저와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선생님. 이제 이 지하철의 종점인데, 설마하니 저와 같이 내리실 모양이시네요. 어머나,저 보다는 최소한 한 정거장에서 타셨을텐데 이렇게 출퇴근이 길어서 건강은 어쩌시나요? 역시는 역시나 역시라 했는데, 이러다가 버스까지 같이 하시는 건 아니겠죠?
저는 절대 선생님을 뭐라 하는게 아닙니다. 지하철에 앉아 가시면 ‘얼음’ 을 유지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누가 아나요, 내일 저와는 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이 선생님을 마음 속으로 욕하며 저주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모두 아름다운 지하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외쳐보아요!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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