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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전세집에 살고 싶다

전세집에 살고 싶다


요즘 삶의 낙이 있다면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이 집의 월세 만료는 내년 3월까지다. 하지만 난 이 집을 빨리 떠나고 싶다. 집이 싫어서? 아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 외에는, 아! 버스정류장까지 다소 걸어나가야 한다는 단점 빼고는 그럭저럭 만족한다. 분리형 원룸이 거기서 거기니까 말이다. 근데 왜 벌써부터 이사가는 것을 희망할까. 전셍에 살고 싶어서다.


단순 산술로도 전세에 산다면 내 인생에 꾀 큰 이득일 것 같다. 5천만원을 대출 받는다고 하였을 때, 이자는 30만원이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월세 기준으로, 한 달 남길 수 있는 돈이 약 20만원이 될 것이다. 두 달이면 40만원이다. 이 전세로 아낀 돈을 나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대박이지 않겠는가. 셔츠를 사고, 게임기를 하고, 전자 기기들을 사고, 그 사는 것을 상상만 하는 것으로 은근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전세집에 살고 싶다. 월세는 나에게 서울에 사는 대가이다. 그러나 난 그 값을 충분히 치루었고, 그 값을 치를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전세대출도 신청 못했었다. 이제 그 정도 수준은 된 것 같다. 내년 1월에는 전세집에 살고 싶다. 그 집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자취 1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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