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상아 할머니가 생각났다. 외할아버지에 어머니로 기억한다. 어렸을 적 상아할머니라 불렀는데, 오늘 떠오른 상아할머니가 왜 상아할머니였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에 어머니는 맞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너무 어렸고, 상아할머니는 나이가 너무 많으셔서 많은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 정확히 말해서 이제는 상아할머니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상아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초등학생이던 나는 그 장례식에 가지 않았었다. 어머니가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 하셨고, 유해는 화장을 하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고향 어디에 뿌려 주셨다 했다.
유승호가 어렷을 적 데뷔한 그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가 자꾸 상아할머니와 닮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랜 시간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낸 추억 하나는, 상아할머니가 우리 손주들을 위해 마당에 핀 앵두를 늘 지키셨다는 것이었다. 담장 넘어로 동네 아이들이 몰래몰래 먹어서, 그들 손길에소 항상 앵두를 지켰고 우리를 위해 모아 두셨다는 기억이 있다. 또한 상아할머니는 파리채로 파리들을 아주 잘 잡으셨다. 몸동작이 느릿한 것이 오히려 파리들을 잘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갑자기 상아할머니가 떠올랐지만 이런 기억밖에 없다. 상아할머니가 보고 싶고, 우리 할머니가 보고 싶고,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고, 무서웠던 우리 할아버지도 잠깐이나마 보고 싶다. 이제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아빠도 보고 싶어 질 것이고 우리 엄마도 보고 싶어 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슬픈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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