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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70억 분의 1 - 그것이 나란 사람

결혼식 축사(아버지)

지난 주 토요일 결혼식을 하였다.

주례없는 결혼식, 축사는 아버지가 대신하였는데 나름 반응이 좋았다. 솔직히 어머니가 축사 내용을 나한테 써라 했을때 불만도 있었다. 회사 직원분 이야기를 들으니 교수님이 주례를 본 본인 결혼식 주례사도 남편이 썼었단다. 교수님 지시로 말이다. '아, 원래 결혼식 글은 결혼하는 사람이 써도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썼고, 나름 반응이 좋았다. 단, 아버지께서 감기가 심하게 걸려 쉰 목소리로 읽으신 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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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안녕하십니까. 신랑 000 군의 아버지 000 입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말주변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 써 온 글을 읽으려 합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벌써부터 떨리니, 아무래도 멋있는 축사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객 분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두 젊은이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축하의 말을 전해야 하는 이 자리에, 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모로서 삶을 살아가게 해 준 것에 고맙습니다. 큰 걱정 끼치지 않고, 건강히 잘 자라줘서 고맙습니다. 내심 그런 성격이 아니라 하였지만, 자식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두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와 설렘을 얻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아울러, 두 젊은이들에게 고백합니다. 부모로서 많이 부족했고,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울 삼아, 젊은이들은 훌륭한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제 평생의 동반자인 000 여사는 딸 하나만 낳으라 하니, 두 젊은이들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부가 가는 길은 함께이기에 행복하나, 어려움과 뜻하지 않는 문제도 생길 것입니다. 그 때마다 지금 이 순간, 맞잡은 두 손과 다짐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너무 힘들다 싶으면, 그 길을 먼저 갔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잠시 기대셔도 됩니다.

 

끝으로, 지난 몇 십년간 이 젊은이들을 지켜봐 주신 친.인척분들, 부모보다 신랑, 신부를 잘 알고 있는 초,중,고 친구들과 대학 선배들, 그리고 직장 임직원분들이 먼 길 마다하고 와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축사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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