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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대리가 되니

대리가 되니


뭔지 모르게 침착해야 하고, 능력있어 보이게 끔 노력하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은 똑같은데 그놈의 직책이란 것이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리가 되니 대리라는 호칭이 아직도 어색하고(물론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행동도 있어보여야 할 것 같다(물론 근거는 없다.)


위치가 조금은 높아졌기 때문에 종종 문서를 봐주고, 결재를 도와주고, 같이 고민하는 척 해야한다. 오늘도 그랬다. 검토 보고서를 내민 후임에게 별다른 말 없이 파일만 받았다. 그리고 내 스타일로 마음껏 고쳐서 다시 던져줬다. 뭔가 달라졌다는 신기함과 짬밥에서 오는 내공에 쓸쓸한 표정이 보였다. '암, 그래도 대리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대리가 되니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진다. 보고서를 뚝닥 고치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내 일은 빨리 깔끔하게 끝내는 그런 모습을 상상한다. 대리가 되니 별거 없다. 다만, 자리가 사람을 어느 정도 바꾼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상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다만, 책임감 있고 따뜻한 상사가 되길 바란다. 다만, 나이는 똑같은데 직급이 다른 애들한테는 정말 대하기 힘들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고쳐질까 아니면 그 사람이 대리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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