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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글쓰기 좋은 질문 642

글쓰기 좋은 질문 642-3(2022.6.7.)

죽어가는 화초에게 살아갈 이유를 설명하라

 

 착한 소에게

 

 착한 소야. 본인의 퇴사 선물로 너를 내게 주고 간 쌍둥이 아줌마의 한자어를 따서 너를 지었지. 회사에서 너와 함께 한 세월이 어느 덧 9년이나 되었다. 긴 시간을 언제나 내 곁에서 묵묵히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내가 농담처럼 회사 직원들에게 말하지. 이 꽃은 우리 회사의 왠만한 직원들보다 더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다고. 너를 아는 사람들은 늘 이야기하지. 정말 긴 시간을 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그럴 때마다 내가 종종 너의 별명은 인동초라고 웃으며 말하지. 

 

 함께 한 시간들을 곱아 보면,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크다는 걸 너도 잘 알지. 일년에 몇 번이나 진솔하게 너를 바라보는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관심을 주지 못해서 부끄럽다. 매일매일 물 한 모금 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지, 그 작은 관심도 못 받았지만 너는 참 잘 자라주었다. 너를 처음 받은 2014년도에 꽃을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작년에는 다시 꽃을 피우주었지. 그것도 내가 어림눈으로는 세기도 힘들 정도로 꽃을 피워줬지. 근 8년 사이에 내가 너에게 해 준 것은 분갈이 1번과 영양제 1번이 다였는데 말이야.

 

 착한 소야. 베트남 파견으로 6개월의 이별 시간도 견뎌 준 나의 꽃이요, 재단의 꽃인 착한 소야. 요즘들어 이제는 끝이 느껴질 정도로 너가 점점 죽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단다. 이제는 정말 나를 혼내 주려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이해한단다. 천일도 더 된 너와의 시간 속에 내가 잘 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말의 양심은 접어두고 너에게 간곡히 다시 부탁을 한다. 다시 힘을 내 주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지나온 날보다 지나갈 날이 많은 내 회사 생활에 너가 없다는 생각은 할 수조차 없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나에게 기회를 주길 바란다. 이제 회사의 아침은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너의 잎을 보다듬고 물 한 잔 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단다. 나를 믿고,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심정으로 어여 다시 일어서기 바란다. 들어줄거지?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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