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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메모타쿠

사지즉전



<손자병법> 제11편은 ‘아홉 가지 땅의 형세’(九地)를 들어 병법 운용의 원칙을 설명한다. 전쟁을 일으켰으나 자기 땅에 머물고 있는 경우는 ‘산지’(散地), 적의 땅에 들어갔으나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는 ‘경지’(輕地)다. 적이든 아군이든 어느 쪽이 점령해도 이익인 경우는 ‘쟁지’(爭地), 나도 갈 수 있고 적도 올 수 있는 경우는 ‘교지’(交地)다. 세 나라가 땅을 접하고 있는 경우는 ‘구지’(衢地), 적의 땅에 깊숙하게 들어간 경우는 ‘중지’(重地)다. 산림이나 험준한 곳, 습지 등으로 행군하기 어려운 경우는 ‘비지’(?地), 입구가 좁고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경우는 ‘위지’(圍地)다. 마지막이 바로 ‘사지’(死地)다. “속히 싸우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으면 곧 죽는 경우”(疾戰則存, 不疾戰則亡者)다.


‘산지’면 싸워선 안 된다. ‘경지’면 멈추지 않는다. ‘쟁지’면 공격하지 않는다. ‘교지’면 끊어져선 안 된다. ‘구지’면 외교를 잘해야 한다. ‘중지’면 약탈한다. ‘비지’면 신속히 통과한다. ‘위지’면 계략을 써야 한다. ‘사지’라면? 오직 싸우는 것(戰)뿐이다. 죽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은 “병사들을 교묘하게 ‘사지’에 던져놓고 필사적으로 싸우게 만드는 일”(愚兵投險)이야말로 병법의 본질이라 말한다.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아야만 전쟁이라는 거대한 죽음의 맷돌이 돌아간다는, 비정한 이야기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4965.html#csidx14c48f3f57dd579acf1b26e8a69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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