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 고정이 나에게 미친 영향
성역할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자 모르긴 몰라도 참 다행이셨을 것이다. 내가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우리 집은 최씨 종가 몇 대손...이라는 수식어가 내 이름 앞에 붙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아들도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하필 나는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얼마 전 베스트셀러에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라는 유행하였다. 그것을 읽은 이 땅에 대한민국 장남들은 눈물을 훌쩍이기까지 했다 한다. 과연 우리사회에서 장남은 어떤 것이기에 그랬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장남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아무런 성역할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차차 자라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남자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장남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알게 모르게 많은 제약이 따랐다. 공부를 잘하면 집안의 장남은 당연히 영특해야 한 것이었다. 친척들이 오면 항상 장남이 모범을 보여야 친척 동생들까지 본받는 다고 하였다. 내가 머리에 염색을 하고 댄스를 배우고 힙합바지를 입었다면 할머니는 당장에 집에서 내쫓았을 것이다. 장남은 얌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남성으로서의 고정관념 의식은 없었다고 느낀다. 나 또한 그런 것에 얽매여서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내 생각마저 또 다른 모순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라 생각을 하고 남성이래서 이래야 한다는 생각은 가져 본 적이 적다. 하지만 장남이라는 문제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장남과 일반남자하고는 다른 존재라 주장하고 싶다. 장남에게는 보이지 않은 짐이 있다. 훗날 가족의 생계부양을 비롯하여 출세의 부담. 또한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까지 말이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더라도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 여부부터 묻게 될 것이다.
장남이기 때문에 비교적 부모님의 속을 썩이지 않는 쪽으로 살아왔다. 바보스럽게 생각하면 순종적이었다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나는 부모님의 말에 따르는 효자가 장남의 첫 번째 덕목이 아니던가. 이러한 장남의 기대치가 나에게는 지금도 부담이고 앞으로도 부담일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여성들이 여성평등주의를 주창하고 있지만 남성도 마찬가지라 본다. 이 땅의 남성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만 장남이란 존재도 평등해져야 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께 장남으로서 반항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살아야 했던 날들에 대해서 무어라 큰소리치지는 않겠다. 비록 내가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았고 그런 부분에 일정하게 부응한 건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훗날 내 삶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